심의과정 심의기준 현장평가 및 선정위원 심의총평

심의총평

분야
작품 총평
연극 부문

다 내 아이들 이성열

최우수상 선정작
이성열 [다 내 아이들]

이성열의 [다 내 아이들]은 왜 이 작품이 지금 무대에 올라야 하는지, 그리고 왜 연극이 ‘시대의 거울’이라 불리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한 공연이다.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았던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 원작에 충실한 방식으로 재현되었으며, 전쟁을 통한 자본 축적과 개인의 윤리적 책임이라는 주제를 오늘의 현실과 맞닿게 하며 강력한 동시대성을 획득했다. 전쟁이 반복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선택과 몰락을 다룬 이 작품은 2025년 한국 관객에게도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작품은 형식적 해체나 과감한 번안 대신 정통 사실주의 연극의 힘에 집중하며 높은 장면 완성도와 서사 밀도를 보여주었다.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앙상블은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인간 내면을 깊이 응시하게 했고, 작은 무대에서도 밀도 있는 연출로 웰메이드 연극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다양한 실험이 강조되는 동시대 연극 환경 속에서도 사실주의가 지닌 근원적 울림과 배우 예술의 본질을 다시 확인시킨 점 또한 높이 평가되었다. 예술적 수월성, 완성도, 동시대적 의미, 관객 소통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연극이 배우와 관객의 호흡 속에서 완성되는 예술임을 분명히 보여준 이 작품은 ‘올해의 연극’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성취를 이뤄냈다.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작당모의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
작당모의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작당모의의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는 연극이 다른 어떤 장르와도 구별되는 고유한 상상력과 에너지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최대치로 보여준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영상, LED, 스타 배우 없이도 빈 공간과 배우의 몸, 그리고 커피 자판기와 지폐, 종이컵 같은 일상의 오브제만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겹쳐내며 우주와 역사까지 환기하는 장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게 바로 연극”이라는 깨달음과 기쁨을 다시 경험하게 했다.

이 작품은 소시민의 일상성을 시(詩)처럼 섬세한 장면과 신체언어로 집요하게 탐구하며, 사소해 보이는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보편적인 감각의 확장으로 이끌어낸 수작이다.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에너지, 신선하고 능청스러운 오브제 활용,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져 관객의 감각을 깨우고, 연극의 놀이성과 본질적 힘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다양한 매체와 기술이 공연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시대 속에서, 오히려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연극의 현재성과 경쟁력을 증명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이다.

포르쉐 프런티어상은 새로운 시도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되었는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심사위원 간 큰 이견 없이 선정된 이 작품은 그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이 공연은 우리 공연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지며, 연극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예술임을 증명했다. 이러한 도전과 실험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그리고 이 상상력의 여정이 더 멀리 확장되어 더 많은 관객에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세기의 사나이 극단 명작옥수수밭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극단 명작옥수수밭 [세기의 사나이]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세기의 사나이]는 한 편의 완성도 높은 공연을 넘어, 한 극단이 어떻게 시간을 견디며 자기만의 언어와 체력을 축적해 왔는지를 증명하는 작품이다.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오랜 세월 자생적인 구력과 에너지로 작업을 이어온 이 극단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역사적 이슈를 연극적 상상력과 드라마로 재해석해 왔다. 2018년 창작산실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2025년 극단 자체의 투자와 제작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세기의 사나이>는 재공연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며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완성도와 시대적 메시지 모두에서 재공연의 의미와 의의를 충분히 확인시킨 인상적인 사례다.

특히 이 작품은 공공 지원사업을 통해 최초 개발된 이후, 민간의 동력으로 레퍼토리화에 성공한 선구적 모델로 평가된다. 쉽지 않은 제작 환경 속에서도 극단은 상당한 자체 재원을 투입하고, 길고 촘촘한 워크숍과 준비 과정을 거쳐 2차 제작을 완성해 냈다. 그 결과, 촘촘한 서사 밀도와 주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형식을 창작 공동체 전원이 높은 수준으로 체화하며 수행해 냈고,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확보한 무대를 구현했다. 시장 기반이 취약한 연극 현실에서 규모와 주제, 완성도 모두를 갖춘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은 더욱 값지다.

심사위원들은 예술적 완성도와 관객 소통력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민간단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모임에도 단체의 역량이 집중되어 높은 완성도를 확보했으며, 무엇보다 관객과의 호흡 속에서 설득력을 획득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앞으로 단체의 자생력을 더욱 공고히 할 대표 레퍼토리로 성장할 가능성 또한 분명하다.

[세기의 사나이]는 한 극단의 뚝심과 시간, 공동체적 신뢰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이번 스팍 포커스상은 한 작품에 대한 상을 넘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끝내 무대 위에 올려내는 수많은 연극인의 노력과 의지에 보내는 격려이자 응원의 박수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앞으로도 더 많은 관객과 만나며, 자생적 연극 생태계의 가능성을 확장해 가기를 기대한다.
무용 부문

누수 춤판야무

최우수상 선정작
춤판야무 [누수]

춤판야무의 [누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집요하게 응시한 작품이다. 안무가 금배섭은 ‘물이 새어 나간다’는 물리적 현상을 물질적 빈곤과 정신적 상실의 은유로 확장하며, 종이컵 · 도배지 · 비닐 테이프 · 플라스틱 숟가락 같은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균열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주거 문제를 넘어 이른바 ‘수저 계급론’까지 환기하는 이 작품은, 사소한 사물에서 거대한 서사를 길어 올리는 특유의 환유적 상상력으로 자본주의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춘다.

[누수]는 움직임 극에 가까운 장르 경계의 확장을 보여주면서도, “말하지 않기에 더욱 강력한” 무용의 본질적 힘을 증명한다. 과잉의 물량과 움직임을 앞세우는 자본주의적 미학을 거부하고, 오히려 결핍과 빈곤의 미학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 낸 점은 한국 무용계에서 보기 드문 성취다. 수입된 개념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개념적 탐구를 충분히 개인화하고 현실화하며 육체화해 낸 금배섭의 뚜렷한 작가 의식과 개성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프로젝트의 우수성과 수행의 충실성 등 모든 심의 지표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사회적 문제를 올곧게 다루어온 안무가로서, 무용계의 아웃사이더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금배섭의 축적된 문제의식과 예술적 태도는 [누수]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이 작품은 국내외 동시대 무용계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행보를 보여주었으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또한 분명히 증명했다. 이번 최우수상은 한 편의 작품에 대한 찬사이자, 결핍 속에서도 끝내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를 말해온 한 예술가의 궤적에 보내는 깊은 존중의 표식이다.

시간을 훔치는 사람들 아트랩보연

포르쉐 프런티어상 수상작
아트랩보연 [시간을 훔치는 사람들]

아트랩보연의 [시간을 훔치는 사람들]은 몸의 본질과 ‘주체적 시간’이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탐구하며, 동시대 한국 춤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안무가 보연은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익숙한 창작 방법론과 구성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조합과 탐구를 시도했다. 특히 ‘장구에 탭댄스’라는 예상 밖의 결합을 통해 장단을 전복적으로 해석하는 장면은 작품의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며, 전통과 현대, 규범과 해석 사이의 긴장을 개성 있게 풀어냈다.

이 작품은 한국 창작 춤의 관습적 어법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30대 안무가의 참신함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치밀한 안무력과 성실한 탐구 태도를 바탕으로 설득력을 획득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움직임은 미학적으로도 신선한 감각을 드러내며, 창작이 다소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창작춤의 현시점에서 안무의 혁신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A트랙에 속한 작품이지만, 안무의 혁신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취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지지를 받았다. [시간을 훔치는 사람들]은 한국춤의 현대성을 새롭게 사유하며 그 지평을 확장하는 행보이자, 한 젊은 안무가가 자기 언어로 시간을 사유하기 시작했다는 선언처럼 다가온다. 이번 포르쉐 프런티어상 수상은 그 도전과 잠재력에 대한 응원이자, 앞으로의 한국 창작 춤에 또 다른 가능성을 예고하는 중요한 계기라 할 수 있다.

바디콘서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바디콘서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바디콘서트]는 한 작품이 어떻게 시간과 함께 성장하며 살아남는지, 그리고 레퍼토리로 축적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증명한 기념비적 사례다. 현대무용 작품이 일회성 공연에 머무르기 쉬운 현실 속에서 15년간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2025년, 별도의 지원금 없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5회 장기 공연을 자력으로 기획·성료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생명력과 단체의 실행력을 동시에 입증하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기념 공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음악 저작권 문제를 해소하고 움직임과 구성을 재정비하며 작품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세우는 과정이었다. 1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자체 기획과 마케팅으로 돌파해 낸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예술계 기여도를 넘어, 서울 예술이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바디콘서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자, 전공자 중심으로 고립되기 쉬운 국내 무용계에서 일반 관객층을 확장해 온 선도적 레퍼토리다.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관객과의 접점을 넓혀온 이 여정은 한국 무용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15년을 버텨온 작품은 단지 오래된 작품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축적된 시간의 결과다. 이번 15주년 기념 공연은 그 시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으며, 무용이 지속될 수 있는 길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앞으로 또 다른 15년을 향해 나아갈 이들의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음악 부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창단 20주년 기념연주회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최우수상 선정작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창단 20주년 기념연주회]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창단 20주년 기념연주회]는 한 단체가 20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하며 지켜온 음악적 신념과 축적의 힘을 보여준 무대였다. 올해 음악 부문에는 뛰어난 예술성과 역량을 갖춘 단체들이 다수 참여해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으나, 국내에서 시대 연주가 지금처럼 기반을 갖추기 전부터 묵묵히 고음악의 길을 걸어온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지속성과 성취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2000년대 중반, 바로크 원전 악기 연주가 아직 널리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부터 활동을 이어온 이 단체는 감각과 기준을 차근히 축적해 왔다. 그 시간은 후속 세대의 진로를 넓히고 국내 고음악 교육과 연주 환경의 확산과도 맞물려 왔으며, 일부 단원들이 교육 현장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흐름의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20주년 기념 연주회는 그 축적의 밀도를 집약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리처드 이가와의 재회는 오랜 교류의 결실이었고, 그는 공연을 ‘축제이자 파티’라 부르며 관객과 자연스럽게 호흡했다. 해설은 이해의 문을 열었고, 연주는 시종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이어졌다. 원전 악기를 고증해 당대의 분위기를 살리려는 노력, 콘서트홀의 규모를 고려한 편성의 세심함, 그리고 한국에서 드물게 경험할 수 있는 대규모 바로크 금관의 울림은 이 무대만의 인상을 남겼다. 코렐리와 하세로 바로크의 정서를 충실히 전하고, 헨델의 [수상음악]과 [왕궁의 불꽃놀이]로 현대 관객에게 기쁨을 선사한 레퍼토리 구성 또한 돋보였다.

오랜 시간 다져온 연주 역량과 단체의 정체성이 결합된 이번 공연은 예술적 완성도와 관객 소통력, 그리고 국내 고음악 발전에 기여해 온 지속성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아 음악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20년간 이어진 이들의 발걸음은 한국 바로크 음악의 토양을 한층 단단하게 다졌으며, 그 축적의 시간은 앞으로의 음악계에도 오래 남을 자산이 될 것이다.

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된 세상에서 박정은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
박정은 [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된 세상에서]

박정은의 [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된 세상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의 고립과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들며, 미래를 향한 젊은 음악가의 도전과 열정을 또렷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올해 음악 부문에는 예술적 성숙을 향해 매진하는 젊은 음악가들의 의미 있는 시도들이 다수 있었고, 심의는 쉽지 않은 고민의 과정이었다. 그 가운데 박정은 작곡가는 자신의 내면적 고민에서 출발해 새로운 형식에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를 감수하며 완성으로 나아가려는 창작 태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작업의 가치, 그리고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예술가의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자 본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

이날 무대는 한 작곡가의 예술세계를 감상하는 자리를 넘어, 현재 한국 음악계에 다양성을 제안하는 장이었다. 판소리와 무용, 타악과 발성, 장르에 고정되지 않는 악기 편성, 전자음악과 설치영상 등 서로 다른 수행의 층위가 한 무대에 겹쳐지며 9개의 작품을 통해 ‘고립된 자아’의 감각을 드러냈다. 기획·연출·작곡을 맡은 박정은을 중심으로 안무, 음향, 조명, 무대, 연주자와 무용수 등 총 18명의 창작진·출연진이 참여해 거칠고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밀도를 만들어냈다. 서양악기와 국악기, 특수 타악기, 전자음악이 어우러져 다층적 음향 구조를 구축했고, 비전통적 음향 재료의 적극적 활용은 작품에 실험적 성격을 부여했다.

공연은 음악회라기보다 퍼포먼스에 가까운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음악·영상·무대·조명·연기·무용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 예술적 구조 속에서 동시대 창작 음악의 흐름과 미학적 경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아코디언이 캐롤을 천천히 연주하고, 모든 출연진이 일렬로 서서 관객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순간은, 말이 없어도 통하는 소통의 장면을 만들어냈다. 작품이 던진 ‘고립’의 질문은 음악가 내부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관객의 감정과 신체 감각으로 전이되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옮겨졌다.

심의에서는 이러한 소통의 성취와 함께, 확장된 공연예술 언어를 통해 동시대 창작 음악의 새로운 방향성과 실험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작품성과 예술성은 물론, 새로운 시도와 발전 가능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본 작품을 음악 부문 포르쉐 프런티어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이번 수상이 한 젊은 작곡가의 다음 도전을 향한 디딤돌이 되어, 서울 음악계에 또 다른 질문과 가능성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임동민&최형록 듀오 리사이틀 <A New Chapter> 임동민, 최형록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임동민, 최형록 [임동민&최형록 듀오 리사이틀 <A New Chapter>]

임동민, 최형록의 [임동민&최형록 듀오 리사이틀 <A New Chapter>]은 한국 음악계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비추는 무대였다. 실력과 이력을 겸비한 연주자와 단체들이 금회 공모에 다수 참여해 심의 과정이 치열했다. 그럼에도 이 듀오는 이미 많은 선배 연주자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연주력과 음악적 완성도로, 차세대 대한민국 음악계를 대표할 기대감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임동민과 최형록은 대중적 레퍼토리의 안전지대를 선택하기보다, 야나체크·풀랑크·사리아호·바르톡 등 서로 다른 언어권과 미학적 계보의 근현대 작품을 치밀하게 엮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전반부에서 인간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후반부에서는 현대음악 특유의 긴장과 표현력을 밀도 있게 펼쳐 보였다. 두 연주자의 깊은 호흡과 신뢰는 음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집중력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이는 현대음악이 동시대에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은 공공 지원금 없이 자생적으로 기획·발표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스팍 포커스상의 취지에 부합한다. 치밀한 프로그램 구성과 높은 연주 완성도, 그리고 예술적 지향이 분명한 태도는 젊은 음악가가 스스로 자기 예술의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러한 선택과 형식은 앞으로 한국 창작곡의 발굴과 해석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이번 수상은 이미 갖춘 성취 위에서 더 멀리 나아갈 방향성과 잠재력을 확인한 결과이다. 어려운 음악 환경 속에서도 자기완성과 자기 힘을 단단히 다져가고 있는 두 연주자의 다음 장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본 공연을 음악 부문 스팍 포커스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전통 부문

이자람 판소리 : ‘눈, 눈, 눈’ 이자람

최우수상 선정작
이자람 [이자람 판소리 : ‘눈, 눈, 눈’]

이자람의 [이자람 판소리 ‘눈, 눈, 눈’]은 판소리의 본질을 단단히 붙들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으로 확장한 창작판소리의 정점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판소리의 양식적 전형성을 바탕으로 소재와 서사의 지평을 넓히며, 예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명의 소리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밀도와 집중력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톨스토이의 『주인과 하인』을 판소리로 예술화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음악적 해석이 이루어졌으며, 원작을 알지 못하는 관객도 자연스럽게 작품의 깊이에 도달하도록 이끄는 구성은 판소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성취로 평가된다. 기존 다섯 바탕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문학 작품이 창작판소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K-문화가 다채롭게 소비되는 흐름 속에서도, 이 작품은 전통이 나아갈 방향을 성찰하며 올곧은 해법을 제시했다.

음악적으로는 장단과 조성의 짜임이 전통 판소리 어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자연스럽게 현대적 감각을 품었고, 한글의 말 붙임과 띄어쓰기를 섬세하게 반영해 초연임에도 말의 의미가 또렷하게 전달되었다. 화자와 인칭의 변화는 말맛을 살리며 극적 긴장을 형성했고, 소리꾼의 정확한 발음과 표정 연기, 손짓과 몸짓, 부채를 활용한 발림은 관객의 몰입을 한층 끌어올렸다. 전통적인 ‘열린 판’의 정신을 살려 관객과 호흡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짜임 또한 돋보였다.

공연 기획과 연주자의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무대는 총체 예술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전통음악의 미래 발전과 유통 가능성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로 읽힌다. 오랜 시간 쌓아온 예술가의 피와 땀, 그리고 치열한 탐구가 응축된 결과로써, 이자람이라는 소리꾼이기에 가능한 최적화된 창작판소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성취로 평가된다.

명가월륜2 : 만월의 빛 윤종현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
윤종현 [명가월륜2 : 만월의 빛]

윤종현의 [명가월륜2 : 만월의 빛]은 전통무용의 깊이를 바탕으로, 춤·음악·연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 작품이다. 무엇보다 탄탄한 기량을 갖춘 춤꾼으로서의 역량이 무대 위에서 충분히 펼쳐졌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연출과 음악, 공간 활용이 정교하게 맞물려 공감의 폭을 넓혔다.

이 작품은 두 스승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강선영, 조흥동 선생에게 이어지는 전통의 맥을 잇는 과정 속에서, 남성 춤꾼으로서 묵묵히 수련을 이어가는 태도 또한 인상 깊다. 이러한 예술적 계보 의식은 단순한 헌사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구체적인 미학적 완성도로 구현되었다.

무용과 라이브 전통음악의 결합은 자연스럽고 긴밀했으며, 정가풍의 인성, 작품별 주악기의 역할 배분 등은 연주자들의 기량과 어우러져 각 장면의 감성을 분명하게 빚어냈다. 특히 큐브형 공간에 빔프로젝션을 활용해 3면과 바닥을 단아하게 구성한 무대는 춤의 배경을 절제된 미감으로 정리했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무용수에게 집중되도록 설계된 조명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동선과 영상, 음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전체 작품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춤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사위와 잘 훈련된 몸의 사용, 장단 안에서 조이고 푸는 호흡의 운용은 화려하면서도 드라마틱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연배와 경력에 비해 성숙한 표현력과 체력 안배는 무용으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모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명가월륜2: 만월의 빛]은 전통무용 위에 세련된 무대 구성과 연출을 더 해, 공연예술로서의 총체적 완성도를 보여준 사례다. 앞으로 좋은 무용 작품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때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무대였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안무가이자 춤꾼, 그리고 무대 연출가로서의 재능을 지닌 윤종현이라는 예술가가 더욱 주목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소리극 <죄와 벌>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소리극 <죄와 벌>]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소리극 <죄와 벌>]은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되, 소리극이라는 형식 안에서 끊임없이 확장을 시도해온 단체의 축적된 성과를 보여준 작품이다. 오랜 시간 창작판소리 레퍼토리의 지평을 넓혀온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 도스토옙스키의 걸작을 한국적 소리와 극 양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며, 문학성과 음악성의 균형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 냈다. 마치 처음부터 소리극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구조를 갖추었다는 평가가 이를 방증한다.

문학 작품이 소리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작품 전반에 녹아 있었고, 섬세한 연출과 연기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설화적 틀에 머물지 않고 창극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도는 동시대 전통 기반 공연예술이 어디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이번 작품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와 창작집단 LAS의 협업을 통해 팀워크의 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는 여러 우수한 작품을 두고 많은 토론과 논의가 이어졌으며, <죄와 벌>은 오랜 시간 다져온 팀의 진정성과 지향성이 집약된 성취라는 점에서 최종 선정되었다. 공연 준비 과정에 들인 긴 고민과 노력은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고, 1회성으로 소모되기보다 여러 차례, 다양한 공간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라는 공감 또한 모아졌다.

[소리극 : 죄와 벌]은 오래 묵은 주제를 끝까지 붙들고 무대 위에 올린 창작자의 집념과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극 양식을 모색해 온 단체의 진정성이 결실을 맺은 무대다. 이번 수상은 그 지속과 확장의 여정을 응원하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시각 부문

김옥선 개인전 《옥선 혜림 인선》 김옥선

최우수상 선정작
김옥선 [김옥선 개인전 《옥선 혜림 인선》 ]

[김옥선 개인전 《옥선 혜림 인선》]은 세 여성의 서로 다른 삶을 따라가며, 그 삶을 관통하는 여성 정체성, 이주, 사회 안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성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다층적으로 들춰낸 전시다. 영웅적 서사 대신 하루하루를 견디고 쌓아온 시간의 결을 통해, 보이지 않거나 말해지지 못했던 존재들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매일의 일상이 거대한 벽에 부딪히는 연속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호명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전시 전반에 스며 있다.

김옥선 작가는 사진의 언어로 오늘날의 주요 의제들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개인과 사회가 충돌하는 접면을 비판적으로 응시하며, 미시적 삶과 거시적 구조를 가로지르는 가부장제의 면면을 드러낸다. 동시에 이주, 퀴어, 여성주의 등 동시대 담론과 긴밀히 맞물리며 의미를 확장해 간다. 특히 한 장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사진, 콜라주, 텍스트, 영상, 설치를 결합해 인물들의 삶을 시각적 아카이브로 재구성함으로써, 서로 다른 서사에 접속하는 여러 경로를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정치인, 교육자, 사회사업가, 민주화 운동가, 기지촌 활동가, 이민자, 퀴어 활동가 등으로 살아낸 세 여성의 삶은 작가 자신과도 묘하게 겹쳐지며, 개인의 이야기를 동시대의 사회적 기억으로 확장시킨다. 흥미로운 설정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생히 소환해 낸다는 점에서 전시의 울림은 더욱 깊다.

올해는 유난히 인상적인 전시가 많았고, 오랜 시간 작업을 지속해 온 중견 작가들의 밀도 높은 성취가 돋보인 해였다. 그럼에도 김옥선의 전시는 심의위원 전원의 이견 없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전시 제목에서부터 인물의 서사, 공간 구성과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작가의 세계관이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설득력 있게 구현되었다는 점이 특히 높이 평가되었다.

[옥선, 혜림, 인선]은 동시대 사진 매체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하며,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깊은 응답이다. 묵묵히 한 장르 안에서 사유를 이어온 작가의 태도와 성취는 올해를 대표하는 전시로 충분하며, 동시대 시각예술에 의미 있는 기준점을 제시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타면 나타나는 굴 김세은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
김세은 [타면 나타나는 굴]

김세은의 [타면 나타나는 굴]은 회화라는 매체를 중심에 두되, 그 경계를 스스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현장에서 선명하게 보여준 전시였다. 그간 회화를 축으로 작업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벽화, 설치, 영상 등으로 매체를 확장하며, 포스트 미디움 시대에 ‘올드 미디어’로 불리는 회화가 어떻게 다른 장르의 매체성과 연동되면서도 고유한 기술적 지지체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전시의 주요 모티프인 굴, 터널, 통로, 구멍은 도시 공간의 이면과 유동성을 상기시키며,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고 형성과 소멸의 불안정한 감각을 촉발한다. 작가는 도시 환경 속에서 신체에 체화된 삶의 경험을 회화적 언어로 재사유하게 만들며, 디지털 매체 시대에 회화가 여전히 동시대의 미묘한 시공간을 감각적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 유효한 매체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전시장 외부 공간에 구조적 회화를 설치함으로써 평면의 한계를 넘어선 입체적 전시 경험을 제안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형식 실험에 머물지 않고, 작가가 그간 다루어온 개념과 매체를 양축으로 삼아 이를 유의미하게 업데이트한 사례로 평가된다. 완결된 결과를 과시하기보다는 스스로 설정한 질문을 갱신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태도가 전면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부 미완의 지점들조차 현재의 위치와 향후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단서로 작용하며,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드러냈다.

시각 부문 포르쉐 프런티어상은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본 전시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김세은 작가의 전시가 보여준 분명한 문제의식과 실험적 태도, 그리고 확장 가능성에 대해 공통된 공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타면 나타나는 굴]은 회화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자, 앞으로의 작업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전시로 평가된다.

포킹룸2025 레프트 테크 포킹룸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포킹룸 [포킹룸2025 레프트 테크]

포킹룸의 [포킹룸2025 레프트 테크]는 결과물 중심의 전시를 넘어, 연구와 사유의 과정을 전면에 내세운 리서치 기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완성된 오브제를 전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적 이슈를 둘러싼 조사와 연구, 렉처와 워크숍, 출판과 시각 기록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작가·연구자·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전시로 구성함으로써, 창작의 여러 단계를 감각적으로 재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성취를 보여주었다.

[포킹룸]은 오랜 시간 예술과 기술, 사회의 접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꾸준히 다루어왔다. 단순히 ‘보여주는’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독해의 장치를 구성해 발견된 지식과 경험을 다시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은 오늘날 결과 중심의 전시 관행과 대비된다. 느리지만 과정의 힘과 공유의 가치를 신뢰하는 이들의 태도는, 과정 역시 예술의 오브제가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스팍 포커스상은 공공 지원금 없이 자생적으로 기획·실행된 프로젝트의 성취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많은 지원 속에서 본 상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를 선정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리서치와 워크숍, 강연, 토크, 전시가 결합된 복합적 프로젝트로서, 다년간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동시대 예술계의 생산적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시적 결과 중심으로 평가되기 쉬운 환경 속에서, 실제 예술 생태계의 토양을 다지는 연구 기반·과정 중심 프로젝트의 성취에 주목했다는 점 또한 이번 선정의 중요한 의미다. 첫 수상자를 배출하는 상으로서의 상징성과 방향성을 함께 담아낸 프로젝트로, [포킹룸2025 레프트 테크]는 스팍 포커스상이 지향하는 가치와 가장 선명하게 맞닿아 있는 사례로 선정되었다.
다원 부문

우리에게 남은 것이 빈곤과 절망 그리고 투쟁 뿐일 때, 그곳에 노래가 있었다 서울익스프레스

최우수상 선정작
서울익스프레스 [우리에게 남은 것이 빈곤과 절망 그리고 투쟁 뿐일 때, 그곳에 노래가 있었다]

서울익스프레스의 [우리에게 남은 것이 빈곤과 절망 그리고 투쟁뿐일 때, 그곳에 노래가 있었다]는 지역성과 역사성을 동시대 예술로 소환하는 방법론에서 돋보이는 성취를 보여준 다원 예술 프로젝트다. 전 세계 시위 현장에서 불린 저항 음악을 수집하고 역사적 맥락 속에 재배치하여, 이를 공연 형식으로 통합해 낸 이 작업은 리서치 기반 프로젝트가 빠지기 쉬운 관습적 함정을 비켜가며 유연하고 정합적인 서사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영상, 텍스트, 사운드, 퍼포먼스, 음악, 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구성은 장르 융합을 통한 예술적 확장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특히 라이브 음악 공연을 통해 구현된 현장성은 관객의 감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며, 텍스트와 사운드를 매개로 감정적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실험적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주제를 낯선 방식으로 전개함으로써 다원 예술에서 드물게 대중 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한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거리의 저항 음악이 디지털 환경 속에서 어떻게 확산되고 사람들을 연대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며, 거리의 의제가 세계적 의제로 확장되는 과정과 ‘디지털 회복력’의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 동시에 과도한 낭만주의적 해석의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적 시각도 함께 담아냈다. 온라인을 통해 음악을 접하던 대중을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관객으로 다시 배치하는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 2025년, 화이트큐브라는 탈맥락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이 퍼포먼스는 저항 음악이 한국 관객과 어떻게 공명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음악을 도구로 한 시위의 행위를 예술적 실천으로 전환하는 미학적 장치가 효과적으로 구현되었으며, 공연 이후 출판과 음원 발표를 통한 기록과 확장의 계획까지 제시함으로써 향후 발전 가능성 또한 시사했다.

서울익스프레스의 이번 작업은 미학적 실험과 정치적 문제의식이 한 프로젝트 안에서 긴밀히 결합된 사례로, 동시대 다원 예술이 사회와 만나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한 성과로 평가된다.

Doppel-Lumpen 이민재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
이민재 [Doppel-Lumpen]

이민재의 [Doppel-Lumpen]은 퍼포먼스, 설치, 영상이 촘촘히 결합된 다층적 프로젝트로, 작가가 지난 5년간 독일에서 축적해 온 작업 세계를 2025년 서울의 특정 공간 맥락 속에서 새롭게 직조해 낸 전시였다. 과거 수행해 온 퍼포먼스와 현재의 현장적 실천을 하나의 공간 안에 겹쳐놓으며, 단순한 쇼케이스를 넘어 ‘지금 여기’에서의 수행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퍼포머의 압도적인 현존이다. 퍼포먼스의 각 형식적 요소와 장치가 서사의 중심이라기보다, 이를 운반하는 작가의 신체와 현전 자체가 동력이 되어 관객을 끌어당겼다. 고전적 의미의 ‘아우라’가 약화되었다고 말해지는 시대에, 인간의 몸이 여전히 강력한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하게 한 작품이었다.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퍼포먼스는 예술가의 일상과 그가 속한 사회적 맥락을 자연스럽게 환기하며, 전시장에 놓인 오브제를 넘어 보이지 않는 지점들까지 상상하게 했다.

형식적으로는 역사적 퍼포먼스에 대한 오마주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이를 반복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작가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한계를 특수한 환경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플갱어, 불안, 소수자성, 신체의 경계와 같은 주제는 개별 작업들 간의 연계성 있는 공간 배치와 오브제 사용, 수행 행위 속에서 감각적으로 시각화되었다. 장르 혼종의 전략이 단순한 실험을 넘어 미학적 성취로 귀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형식 실험과 더불어 관객의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에 주목하게 만든 작업이었다. 퍼포먼스와 설치, 영상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관객이 주제 의식을 직관적으로 체감하도록 구성되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관객의 반응 역시 인상적이었다. 익숙한 형식을 전유하면서도 그 내부에 자신의 몸과 현전을 각인시킨 작가의 태도는 향후 작업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밤짐승 놀이패 조현진, 하지민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조현진, 하지민 [밤짐승 놀이패]

조현진, 하지민의 [밤짐승 놀이패]는 역사 속에서 주변화되거나 마이너한 콘텐츠로 취급되었던 서사를 다시 발굴하고, 이를 동시대의 질문과 연결해 재구성한 다원적 프로젝트다. 작가는 ‘사방지’라는 양성구유적 존재를 참조하여 퀴어한 주체성을 동시대 젠더 질서에 대한 비판적 통로로 삼았으며, 과거의 서사를 오늘의 담론 안으로 소환해 새로운 맥락을 형성했다.

이 작업은 매스게임 형식을 도입해 퍼포먼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획일화된 집단 행위의 구조를 전복하고, 재구성·재배열의 방식을 통해 역사적으로 가려졌던 사건과 미시적 서사를 전면에 드러냈다. 카드섹션과 걸개그림, 80년대 저항의 상징이었던 현수막 등 시각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규범과 공동체의 집단성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안에서 배제되었을 존재들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순간적으로 합체되고 해체되는 형식은 오늘날 우리가 감각하는 환경의 동시대성을 은유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동식 배경판에 게시되는 이야기와 퍼포머의 움직임이 결합된 구성은, 장르 혼합이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선택이었는지를 확인하게 했다. 기존 장르의 규칙을 확정하거나 교란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으며, 창작자가 던진 동시대적 질문과 실험의 논리적 설계가 구체화된 사례로 평가되었다. 두 작가의 개별적 작업 방식이 교차하며 협업의 당위성을 형성했고, 각자의 미학적 색채가 오브제와 퍼포먼스 구성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었다.

공동체와 정체성의 정치를 교차시키는 작가의 접근이 주목할 만하며,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공간 안에서 형식이 어떻게 확장·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이 더해지면 작업의 가능성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원금 없이도 내용적·형식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울인 실천적 노력은 스팍 포커스상의 취지에 부합한다. [밤짐승 놀이패]는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며 동시대를 질문하는 감각적이고도 실험적인 시도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로 평가된다.
특별상
(장애예술인)

휠체어 현대무용 안무가 김용우

특별상(장애예술인) 선정
김용우 [휠체어 현대무용 안무가]

김용우는 장애예술의 확장성과 예술적 성취를 동시에 보여준 선구적 예술가로 평가받았다. 올해 최종 심의에 오른 세 명의 후보 모두 감동적인 개인 서사와 뛰어난 역량,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온 예술가들이었기에 선정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용우 안무가는 장애예술을 개인의 성취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하나의 장르이자 생태계로 확장해온 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용우는 국내 휠체어 무용 1세대로서, 휠체어 스포츠댄스 국가대표로 활동한 이후 이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자신만의 현대무용 언어를 구축해 왔다. 후천적 장애로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지만, 이를 한계가 아닌 창작의 동반자로 전환하여 휠체어 현대무용이라는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특히 움직임 훈련법의 체계화에 기여하고, 휠체어 무용을 독학으로 발전시키며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온 점은 한국 무용계에서 의미 있는 성취로 평가된다.

그는 무대 위 실연자이자 안무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에, 한국장애인무용협회를 설립하고 라라미댄스페스티벌을 창설·운영하는 등 제도적 기반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써왔다. 비장애인 무용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한국무용과의 융합을 시도하는 등 장애예술을 동시대 예술의 한 축으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되었다. 장애예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부터 활동을 시작해 편견과 제약을 넘어온 시간 또한 그의 예술적 여정을 더욱 값지게 한다.

이번 심의는 장애라는 특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그 성취가 예술적으로 얼마나 높은 완성도에 도달했는가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었다. 김용우의 작업은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넘어 예술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갖춘 사례로 판단되었으며, 동시에 장애예술의 미래 좌표를 제시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치열한 논의 끝에 이루어진 이번 수상은 한 예술가의 오랜 노력과 성취를 기리는 동시에, 장애예술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용우 안무가의 지속적인 실천과 예술적 여정이 앞으로도 한국 무용계에 의미 있는 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