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완성도 높은 공연을 넘어, 한 극단이 어떻게
시간을 견디며 자기만의 언어와 체력을 축적해왔는지를 증명하는 작품이다. 지원 여부와 무관
하게 오랜 세월 자생적인 구력과 에너지로 작업을 이어온 이 극단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역사적 이슈를 연극적 상상력과 드라마로 재해석해왔다. 2018년 창작산실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2025년 극단 자체의 투자와 제작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세기의 사나이]는 재공연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며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완성
도와 시대적 메시지 모두에서 재공연의 의미와 의의를 충분히 확인시킨 인상적인 사례다.
특히 이 작품은 공공 지원사업을 통해 최초 개발된 이후, 민간의 동력으로 레퍼토리화에 성공한
선구적 모델로 평가된다. 쉽지 않은 제작 환경 속에서도 극단은 상당한 자체 재원을 투입하고,
길고 촘촘한 워크숍과 준비 과정을 거쳐 2차 제작을 완성해냈다. 그 결과, 촘촘한 서사 밀도와
주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형식을 창작 공동체 전원이 높은 수준으로 체화하며 수행해냈고, 대중
성과 예술성을 함께 확보한 무대를 구현했다. 시장 기반이 취약한 연극 현실에서 규모와 주제,
완성도 모두를 갖춘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은 더욱 값지다.
심사위원들은 예술적 완성도와 관객 소통력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민간단체가 감당
하기 쉽지 않은 규모임에도 단체의 역량이 집중되어 높은 완성도를 확보했으며, 무엇보다 관객
과의 호흡 속에서 설득력을 획득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앞으로 단체의 자생력을 더욱
공고히 할 대표 레퍼토리로 성장할 가능성 또한 분명하다.
[세기의 사나이]는 한 극단의 뚝심과 시간, 공동체적 신뢰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이번 스팍
포커스상은 한 작품에 대한 상을 넘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끝내 무대 위에 올려내는 수많은 연극인들의 노력과 의지에 보내는 격려이자 응원의 박수이
기도 하다. 이 작품이 앞으로도 더 많은 관객과 만나며, 자생적 연극 생태계의 가능성을 확장
해가기를 기대한다.
무용 부문
바디콘서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바디콘서트]
한 작품이 어떻게 시간과 함께 성장하며 살아남는
지, 그리고 레퍼토리로 축적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증명한 기념비적 사례다. 현대무용 작품이
일회성 공연에 머무르기 쉬운 현실 속에서 15년간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2025년, 별도의 지원금 없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5회 장기공연을 자력으로 기획·성료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생명력과 단체의 실행력을 동시
에 입증하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기념공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음악 저작권 문제를 해소하고 움직임과 구성을 재정
비하며 작품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세우는 과정이었다. 1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자체 기획과
마케팅으로 돌파해낸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예술계 기여도를 넘어,
서울 예술이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바디콘서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자, 전공자
중심으로 고립되기 쉬운 국내 무용계에서 일반 관객층을 확장해온 선도적 레퍼토리다. 독자
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관객과의 접점을 넓혀온 이 여정은 한국 무용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
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15년을 버텨온 작품은 단지 오래된 작품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축적된 시간의 결과다. 이번
15주년 기념공연은 그 시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으며, 무용이 지속될 수 있는 길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앞으로 또 다른 15년을 향해 나아갈 이들의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한국 음악계의 현재
와 미래를 함께 비추는 무대였다. 실력과 이력을 겸비한 연주자와 단체들이 금회 공모에 다수
참여해 심의 과정이 치열했다. 그럼에도 이 듀오는 이미 많은 선배 연주자들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연주력과 음악적 완성도로, 차세대 대한민국 음악계를 대표할 기대감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임동민과 최형록은 대중적 레퍼토리의 안전지대를 선택하기보다, 야나체크·풀랑크·사리아
호·바르톡 등 서로 다른 언어권과 미학적 계보의 근현대 작품을 치밀하게 엮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전반부에서 인간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후반부에서는 현대 음악 특유의 긴장
과 표현력을 밀도 있게 펼쳐 보였다. 두 연주자의 깊은 호흡과 신뢰는 음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집중력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이는 현대 음악이 동시대에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은 공공 지원금 없이 자생적으로 기획·발표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스팍 포
커스상의 취지에 부합한다. 치밀한 프로그램 구성과 높은 연주 완성도, 그리고 예술적 지향이
분명한 태도는 젊은 음악가가 스스로 자기 예술의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러한 선택과 형식은 앞으로 한국 창작곡의 발굴과 해석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
를 품게 한다.
이번 수상은 이미 갖춘 성취 위에서 더 멀리 나아갈 방향성과 잠재력을 확인한 결과이다. 어려운
음악 환경 속에서도 자기완성과 자기 힘을 단단히 다져가고 있는 두 연주자의 다음 장을 응원
하는 마음을 담아, 본 공연을 음악부문 스팍 포커스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전통 부문
명가월륜2 : 만월의 빛
소리극 <죄와 벌>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소리극 <죄와 벌>]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되, 소리극이라는 형식
안에서 끊임없이 확장을 시도해온 단체의 축적된 성과를 보여준 작품이다. 오랜 시간 창작판
소리 레퍼토리의 지평을 넓혀온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 도스토옙스키의 걸작을 한국적 소리
와 극 양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며, 문학성과 음악성의 균형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마치
처음부터 소리극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구조를 갖추었다는 평가가 이를 방증한다.
문학 작품이 소리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작품
전반에 녹아 있었고, 섬세한 연출과 연기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설화적 틀에 머물지 않고 창극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도는 동시대 전통 기반 공연예술
이 어디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이번 작품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와
창작집단 LAS의 협업을 통해 팀워크의 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는 여러 우수한 작품을 두고 많은 토론과 논의가 이어졌으며, [죄와 벌]
은 오랜 시간 다져온 팀의 진정성과 지향성이 집약된 성취라는 점에서 최종 선정되었다. 공연
준비 과정에 들인 긴 고민과 노력은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고, 1회성으로 소모되기보다
여러 차례, 다양한 공간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라는 공감 또한 모아졌다.
[소리극 : 죄와 벌]은 오래 묵은 주제를 끝까지 붙들고 무대 위에 올린 창작자의 집념과, 전통
을 바탕으로 새로운 극 양식을 모색해온 단체의 진정성이 결실을 맺은 무대다. 이번 수상은
그 지속과 확장의 여정을 응원하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시각 부문
포킹룸2025 레프트 테크
포킹룸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포킹룸 [포킹룸2025 레프트 테크]
결과물 중심의 전시를 넘어, 연구와 사유의 과정을
전면에 내세운 리서치 기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완성된 오브제를 전시하는 방식이 아니
라, 기술과 사회적 이슈를 둘러싼 조사와 연구, 렉처와 워크숍, 출판과 시각 기록을 통해 지식
과 경험을 공유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작가·연구자·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전시로 구성함으로써, 창작의 여러 단계를 감각적으로 재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성취
를 보여주었다.
[포킹룸]은 오랜 시간 예술과 기술, 사회의 접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꾸준히 다루어왔다.
단순히 ‘보여주는’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독해의 장치를 구성해 발견된 지식과 경험을
다시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은 오늘날 결과 중심의 전시 관행과 대비된다. 느리지만 과정
의 힘과 공유의 가치를 신뢰하는 이들의 태도는, 과정 역시 예술의 오브제가 될 수 있음을 설득
력 있게 드러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스팍 포커스상은 공공 지원금 없이 자생적으로 기획·실행된 프로젝트의
성취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많은 지원 속에서 본 상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를
선정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리서치와 워크숍, 강연, 토크, 전시가 결합된 복합적 프로젝트로
서, 다년간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동시대 예술계의 생산적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시적 결과 중심으로 평가되기 쉬운 환경 속에서, 실제 예술 생태계의 토양을 다지는 연구
기반·과정 중심 프로젝트의 성취에 주목했다는 점 또한 이번 선정의 중요한 의미다. 첫 수상
자를 배출하는 상으로서의 상징성과 방향성을 함께 담아낸 프로젝트로, [포킹룸2025 레프트
테크]는 스팍 포커스상이 지향하는 가치와 가장 선명하게 맞닿아 있는 사례로 선정되었다
다원 부문
밤짐승 놀이패
조현진, 하지민
스팍 포커스상 선정작
조현진, 하지민 [밤짐승 놀이패]
역사 속에서 주변화되거나 마이너한 콘텐츠로 취급되었
던 서사를 다시 발굴하고, 이를 동시대의 질문과 연결해 재구성한 다원적 프로젝트다. 작가는
‘사방지’라는 양성구유적 존재를 참조하여 퀴어한 주체성을 동시대 젠더 질서에 대한 비판적
통로로 삼았으며, 과거의 서사를 오늘의 담론 안으로 소환해 새로운 맥락을 형성했다.
이 작업은 매스게임 형식을 도입해 퍼포먼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획일화된 집단 행위의 구조
를 전복하고, 재구성·재배열의 방식을 통해 역사적으로 가려졌던 사건과 미시적 서사를 전면
에 드러냈다. 카드섹션과 걸개그림, 80년대 저항의 상징이었던 현수막 등 시각적 요소를 적극적
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규범과 공동체의 집단성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안에서 배제
되었을 존재들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순간적으로 합체되고 해체되는 형식은 오늘날
우리가 감각하는 환경의 동시대성을 은유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동식 배경판에 게시되는 이야기와 퍼포머의 움직임이 결합된 구성은, 장르 혼합이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선택이었는지를 확인하게 했다. 기존 장르의 규칙을 확정하거나
교란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으며, 창작자가 던진 동시대적 질문과 실험의 논리적 설계가
구체화된 사례로 평가되었다. 두 작가의 개별적 작업 방식이 교차하며 협업의 당위성을 형성
했고, 각자의 미학적 색채가 오브제와 퍼포먼스 구성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었다.
공동체와 정체성의 정치를 교차시키는 작가의 접근이 주목할 만하며, 미술관이나 갤러리라
는 공간 안에서 형식이 어떻게 확장·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이 더해지면 작업의 가능성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원금 없이도 내용적·형식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울인 실천적 노력은 스팍 포커스상의 취지에 부합한다. [밤짐승 놀이패]는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며 동시대를 질문하는 감각적이고도 실험적인 시도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로
평가된다
심사위원 특별상 (장애예술인)
휠체어현대무용 안무가
김용우
심사위원 특별상 장애예술인 선정
김용우 [휠체어현대무용 안무가]
장애예술의 확장성과 예술적 성취를 동시에 보여준 선구적 예술가로 평가받았다.
올해 최종 심의에 오른 세 명의 후보 모두 감동적인 개인 서사와 뛰어난 역량, 지속적인 활동
을 이어온 예술가들이었기에 선정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용우 안무가는 장애예술
을 개인의 성취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하나의 장르이자 생태계로 확장해온 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용우는 국내 휠체어 무용 1세대로서, 휠체어 스포츠댄스 국가대표로 활동한 이후 이를 예술
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자신만의 현대무용 언어를 구축해왔다. 후천적 장애로 휠체어를 사용
하게 되었지만, 이를 한계가 아닌 창작의 동반자로 전환하여 휠체어 현대무용이라는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특히 움직임 훈련법의 체계화에 기여하고, 휠체어 무용을 독학으로 발전시키며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온 점은 한국 무용계에서 의미 있는 성취로 평가된다.
그는 무대 위 실연자이자 안무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에, 한국장애인무용협회를 설립
하고 라라미댄스페스티벌을 창설·운영하는 등 제도적 기반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써왔다. 비장애인 무용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한국무용과의 융합
을 시도하는 등 장애예술을 동시대 예술의 한 축으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되었다. 장애예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부터 활동을 시작해 편견
과 제약을 넘어온 시간 또한 그의 예술적 여정을 더욱 값지게 한다.
이번 심의는 장애라는 특수성에 머무르기보다, 그 성취가 예술적으로 얼마나 높은 완성도에
도달했는가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었다. 김용우의 작업은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넘어 예술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갖춘 사례로 판단되었으며, 동시에 장애예술의 미래 좌표를 제시하는 상징
적 의미를 지닌다.
치열한 논의 끝에 선정된 이번 수상은 한 예술가의 오랜 노력과 성취를 기리는 동시에, 장애
예술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용우 안무가의 지속적인 실천과 예술적 여정이 앞으로도 한국 무용계에
의미 있는 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